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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리지아
날짜
07-01-14
등록자     프리지아 조회수 1698
작가 및
추천사이트
    강민아 추천수 0
     
 

샛노란 햇볕을 받은 듯한 색깔의 화사하면서도 심플해보이는 꽃,

순수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

이래서 난 프리지아가 좋다.

꽃말만큼 아름답고 천진난만한, 첫사랑에 빠진 순진한 소녀의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향긋한 향기를 맡을때면 항상 내 첫사랑이 떠오른다...

내 첫사랑은 내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생겨났었다.그때 나는 한양 유치원 초록반이었다. 순진한 아이들의 정다운 관계를 사랑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난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아이는 내가 좋아하게 되었던 아이였다.

어린 마음에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었다.

톡톡, 항상 유치원 선생님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실때면 매일 내 뒤에 앉아있는 짖궂은 남자아이가 내 어깨를 치면서 장난을 쳤었다. 난 항상 그 행동을 싫어했었지만 워낙 순한 성격에 아무 말도 못 했었다. 나는 항상 뒤로 머리를 프렌치 브레이드로 땋아내리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 머리끝까지 건드렸었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났던 나는 그만 중간에 울음을 터뜨렸다.

와앙~

같이 둥글게 앉아있던 동료들이 동그래진 눈으로 쳐다보고, 유치원 선생님마저 얘기를 멈추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울음은 그쳤지만 훌쩍거렸다.
난 한번 울면 뒤끝이 깔끔하지 못하다. 울음을 그쳤다고 하더라도 숨이 헉헉 거리며 고의 아니게 튀어나오고, 그렇기에 숨을 쉬기 어려워 얼굴까지 빨개지고, 눈물 콧물까지 한꺼번에 나와 자국까지 생기는 바람에 누가 보아도 울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거창한 내 울음은 유치원 밖에서 놀고있던 노랑반 아이들까지 몰려와 창문으로 구경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민아 왜 우나요?˝

˝민아야, 울지마...˝

나는 너무나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이들 앞에서 울음을 보이다니!!!

게다가 내 뒤에 있는 남자아이는 뒤를 돌아보면 항상 주먹을 쥐어보였는데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시자 곧바로
주먹으로 내 어깨를 건드렸다. 살짝 친 느낌이었지만 나는 그 행동이 고자질하지 말라는 것을 뜻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사용한 수단이...

˝선생님, 최우진이 그랬어요!˝

가해자가 무엇을 했는지는 언급하지도 않고서 급한 마음에 튀어나온 말이 우진이가 그랬다는 말이었다.

나중에는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당시 나는 d.e.s.p.e.r.a.t.e. 한 상태였었다.

우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더 큰 키에, 검고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아이였다. 피부는 연갈색에 가까웠고, 조용한 아이라서 얘기도 나눠보지 못했는데 그 아이가 고발되니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선생님은 우진이에게 의자에 10분동안 앉아 있으라는 벌을 내렸고, 우진이는 곧 그 지시에 따랐다.

나는 우진이가 벌을 받고 있는동안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걸 일러바칠까봐 조마조마 했었지만 우진이는 무표정으로 허공만 쳐다보았다. 그 사이에 나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 짖궂은 아이를 뒤돌아보았지만 그는 혀만 쑥 내밀고는 잘 됬다는 표정이었다.

유치원이 끝나고 뒤 돌아갈때, 항상 우진이를 데리러 오는 고등학생 오빠가 자전거를 세우고 있었다. 그 오빠는 우진이의 형이었는데, 자상하고 키가 컸다.

우진이는 어느 때처럼 환하게 웃으면 달려들었고, 우진이 형은 우진이를 안아올려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주었다. 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사과를 할까 말까 생각중이었다.

그 때, 우진이의 형이 내 눈길을 의식했는지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우진이가 유치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 알려주었을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번쩍 들어올려 자전거 뒤에 붙어있는 바구니에 내려놓았고(나는 신기하게도 그곳에 쏙 들어갔다), 우진이는 뒷자리에 태웠다. 우진이는 형의 허리를 잡는 대신에 몸을 내 쪽으로 돌려서 바구니를 잡고 있었는데, 우리는 우진이의 형이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줄 때까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

그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손에 그의 손이 살포시 겹쳐지는 걸 느꼈다.

따뜻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선물로 준 손난로보다도 포근했고, 무엇보다도 내 잘못을 이해해 주었다는 느낌이 전해져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우진아! 나 기억나니? 넌 아마 날 기억 못 하겠지만 난 네가 아주 뚜렷하게 기억나.

봄소풍 갔을때 네가 그네 태워준다며 내가 앉아있었고 너는 열심히 그네위에 올라가서 밀었잖아.

항상 손 잡고 다녔고, 말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우리 많이 붙어다녔었잖아.

지나간 과거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야..

어디에 있건 행복하길 바라고, 어느 순간 마주치는 날이 있다면 서로 알아보았으면 좋겠다.

그떄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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