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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불어숲
날짜
04-01-22
등록자     하늘 조회수 5438
    - 김혜영
 

▣더불어 숲▣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는 문구에 이끌려 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신영복 님의 글은 나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그리고 역서인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고, 그의 깊은 사색의 세계와 정갈한 언어에 매료된 바 있으므로, 이 책 선택에 망설임이 있을 수 없었다. 새 천년을 눈 앞에 두고, 신영복님의 <더불어 숲>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겐 새로운 기쁨이다. 책에 우선해서, 나는 그의 특이한 이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고 나서였는데, 통혁당 사건으로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보냈다는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사상범이나 양심수가 어디 그 혼자뿐일까마는, 내가 이렇게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친밀감을 느끼게 된 사람의 일이니만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을 송두리째 저당잡히고 만 심정은 어떨까. (그는 청년기를 감옥에서 보내고 중년이 되어 나왔다.)우리에게 있어서 이데올로기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만큼 대단한 것일까...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곳은 잠자는 옆사람을 단지 37。C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라는 글에 한동안 가슴이 서늘했던 기억. 그런데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으면, 글 한귀퉁이에라도 억울하다거나, 내 인생 돌리도∼!식의 넋두리나 하소연 혹은 자기 합리화 같은 게 있을 법도 한데 아무리 봐도 그는 거기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것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보였고, 신영복님을 새삼스런 눈으로 지켜보게 된 이유의 하나가 되었다. 그에게서는 깊은 철학과 관조의 세계가 느껴진다. <나무야 나무야>가 우리 국토를 밟은 흔적이라면, 이 <더불어 숲>은 시선을 해외로 돌려 세계의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짚어 낸 기행문이다. 그는 만 1년 동안 한 번에 한 나라 여행밖에 허용이 안되는 더딘 걸음으로 23개 나라를 돌았고, 이 책은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이 간간이 섞여 있고, 분량자체도 그리 많지 않은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는데 상당히 시간이 들었다. 읽는 중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선질문같은 것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고, 그때마다 나의 상념은 가지를 쳐 나갔으며, 독서의 속도도 덩달아 떨어졌다. 사방으로 흩어져 부스러지는 생각의 갈래를 추스리느라 애를 먹은 셈이다. 이 책은 ´당신´을 향한 이인칭 서간문 형식에다가 경어체를 써서 독자에게 친밀감과 안정감을 준다.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여행지는 500년 전 콜럼버스가 출항한 우엘바 항구다. 거기서 그는 바다 저편에 있는 신대륙이, 고난에 여지없이 짓밟힌 고난의 대륙이었음을 간파한다. 마라톤의 출발점에서는 유럽의 출발을 읽어내고, 동서 문명의 격전장이었던 이스탄불에서 관용의 정신을 끌어낸다. 전생으로부터 흘러오던 강물이 윤회의 시간을 거쳐가는 인도의 마음 갠지스강에서, 신영복님은 강물에 몸을 씻고 명상하고 불에태운 시체의 재를 흘려보내며 그 물을 마시는 인도인들을 목도한다. 그리고 간디의 비폭력·불복종 투쟁정신과 네루의 진보적 노선을 비교하며 거기서 인도사회의 복합성을 설명한다. 오늘날 호치민 시가 된 사이공에서는 ´라이 따이한´들의 아픔을 되새기고, 도쿄의 지하철과 후지산에서는 일본의 현주소를 조명해본다. 중국의 만리장성에선 ´세계화´의 논리에 대응하는 정신을 발견하고, 아우슈비츠의 붉은 장미를 보면서 ´단죄없는 용서와 책임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베를린의 장벽을 보면서 분단된 우리 현실을 뒤돌아보고, 콩코드 광장에서는 기요틴을 떠올리며 프랑스 혁명을 반추한다.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혈투를 벌이다 죽어간 영혼을 생각하며 유감을 표하고,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람세스 2세를 보고 ´세월´의 무상함과 영혼에 대한 허망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얼굴에 대해서 선문답 식으로 이야기하며, 거기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자세에 대해서도 모색하길 잊지 않는다. 이 책은 세계를 보는 눈이나, 자신의 선 자리를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응하는 눈을 길러주는 효용가치가 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랬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신영복님의 예리한 관찰력과, 삶에 대한 진지한 관조,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 그리고 해박한 지식이 어우러진 이 책은, 저물어 가는 시대의 마지막에 훌륭한 족적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by 북퀴즈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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