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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그늘 환한 물 == 정채봉
날짜
04-01-25
등록자     하늘 조회수 7956
     
 

꽃 그늘 환한 물
정 채 봉
흰구름이 이야기하였습니다.
골 깊은 산속에 작은 암자가 하나 있었지.
푸른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한 점 바위섬처럼 숲과 산바람에 둘러싸여 있는 이 암자에는 눈이 큰 스님이 한 분 살고 계셨는데, 나는 때때로 이 조용한 암자가 좋아서 지붕 위를 맴돌며 한참씩 쉬어가곤 하였어.
스님은 일찍 일어나셔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다음, 혼자서 나무하고 밭매고 밥짓는 틈틈이 공부를 하시지.
어떤 날은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염불 소리만 바깥으로 흘러 나오기도 해. 스님의 낭랑한 염불은 새소리, 솔바람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데 간혹 다람쥐들이 귀를 세우고 듣는 걸 볼 적도 있지.
때로 스님은 빨랫감을 가지고 개울가로 나와서 빨래를 하다 말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개울물에 눈을 준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앉아 있기도 해. 그러다 일어나실 때 보면 스님의 눈빛은 물빛보다도 더욱 맑아 있곤 하는데, 아마도 스님께선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깨닫지 않았나, 나는 그렇게 짐작하지.
하루는 장난기가 심한 새들이 날아와서 스님이 잘 닦아 놓은 마루 위에 발자국들을 옹기종기 어질러 놓고 날아가더군.
나는 스님이 어떤 얼굴을 하실까, 궁금했지.
한참 있으니 밭에 나간 스님이 괭이와 삽을 어깨에 메고 돌아오셨어.
스님은 괭이와 삽을 광속에 집어넣고 옷을 훌훌 털면서 토방 위로 올라 오셨지. 그러고는 이내 마루에 어질러져 있는 새들의 발자국을 보시고는 빙그레 미소 지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어.
˝내 없는 사이에 화엄이네가 다녀간 게로군.˝
어느 겨울인가 눈이 아주 드물게 많이 왔을 때의 일이야.
스님은 저녁 예불을 마치기가 바쁘게 마당 귀퉁이를 파는 것이었어. 거기에서는 갈무리해 둔 무가 나왔었는데 스님은 그 무들을 한 삼태기 담아 가지고는 숲이 짙은 뒤란 쪽에다 듬성듬성 놓아두는 것이었어.
나는 처음에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왜 저러는가 했지. 그런데 이날 밤에 밤마을 나와서야 나는 비로소 스님의 깊은 마음을 알아 차렸지.
마침 달이 떠올랐기 때문에 눈 덮인 산천은 대낮보다도 환하고 아름다웠어.
그때 나는 배가 고픈 토끼가 암자 쪽으로 살금살금 기어내려 오다가 눈을 화들짝 왕밤만하게 뜨는 것을 보았지. 무가 여기저기에 놓여 있으니까 글쎄 이 녀석은 숨도 크게 쉬지 못하는 것이었어.
얼마 후 토끼의 기별을 받고 몰려든 오소리며 노루며 너구리며 고라니들이 순이 노오란 무를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이를 보면서 나는 산식구들과 나누는 스님의 잔잔한 인정이 가슴에 속속들이 저며옴을 느꼈지.
그런데 정작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지금부터야. 그러니까 지난 늦가을이었지.
낙엽이 어찌나 많이 내렸는지 산 속의 길도 묻혀 버린 어느 날이었어.
장에 갔다 오시던 스님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문득 발을 멈추셨지.
무슨 일일까, 발이라도 씻으시려나 했더니 그게 아니더군.
스님은 개울의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다소곳이 엎드려 있는 작은 돌 하나를 집어드시는 것이었어. 그러곤 이웃한테, 마치 사람들에게 이르시듯 조용조용히 말씀하셨지.
˝올해는 무 껍질이 두터운 걸로 봐서 동장군이 제법기승을 부릴 것 같으이. 그렇게 되면 이 이끼도 얼어죽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묵고 있는 거처로 데려 가려고 하네. 이해들 해 주겠지. 그렇다면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게나.˝
개울가의 마른 풀잎들이 서걱거렸지. 바위을 도는 물줄기는 돌돌거렸고, 작은 물고기가 한 마리 물위로 반짝 하고 뛰었어. 마치 돌아서 가시는 스님을 배웅하기나 하는 것처럼.
이날 석양 무렵이었지.
암자에 올라오신 스님은 소반 위에 이끼 덮인 돌을 올려 들고 방으로 들어가시더군.
나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스님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
˝처음은 좀 낯이 설어서 서먹서먹할지 모르지만 이내 서로 정이 들걸세. 저건 차를 끓이는 주전자이고 저건 찻잔일세.˝
나는 그만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갔어. 이끼가 들어섬으로 해서 푸른 섬이 생기었을 스님의 단출한 방안을 생각하면 여간 즐겁지가 않았지. 이끼 또한 스님 덕분에 무사히 겨울을 날 테니 이 또한 내 마음을 아늑하게 하였었고.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는가 했더니 눈을 못 이긴 소나무 가지가 더러 부러지면서 겨울은 차츰 깊어갔어.
나는 이즈음 어쩌다 암자를 지날 때면 스님이 묵고 계시는 방 미닫이를 찬찬히 살펴보곤 했지. 그럴 때면 미닫이에 스님의 오롯한 그림자가 비치고 그 곁에는 이끼가 얹혀 살아가는 소반의 그림자가 따라 있곤 했어. 이 얼마나 든든한 안부인지.
어느덧 겨울이 물러가고 움이 터오르는 봄이 되었어. 얼음 풀려 흐르는 물소리가 개울에서 제법 커지고, 진달래꽃 빛이 산을 덮어가는 봄날의 오후였지.
나는 이날 무심히 이 골 깊은 산골짜기의 개울물에 내 몸을 비춰 보며 놀고 있는데 발 소리 하나가 가까이 다가 왔어.
아, 바로 그 눈이 크고 키가 큰 스님이었어. 스님이 두 손으로 싸안고 온 것은, 그래 맞아, 바로 그 이끼가 덮인 돌덩어리였지. 이끼는 그동안 잘 지낸 모양이야. 아주 새파래.
스님은 징검다리를 건너서 개울 귀퉁이로 내려왔지. 바로 그 자리는 이끼의 돌덩어리가 박혀 있던 곳이었어.
거기에 예전 모습 그대로 돌을 넣으면서 스님은 말씀 하셨어.
˝자, 약속대로 자네들의 친구를 다시 데려왔네. 반갑겠지? 암, 그렇고말고. 이제부터는 또 사이 좋게들 지내게나. 그리고 능엄이, 자넨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네. 자기의 삶을 남에게 평생 의지해 살면 뿌리가 썩어 버리는 법이야, 아마 가뭄이 들거나 큰물이 질 때도 있을 테니 힘은 들겠지. 그러나 그런 어려움쯤은 견뎌내야 하네. 그래야 살아간다는 보람이 생기는 걸세. 자, 그럼 잘 있게. 궁금하고 보고 싶으면 간혹 올게.˝
스님은 왔던 길을 되짚어갔지. 어깨가 보이다가, 등이 보이다가 나중에는 가사 자락마저도 산수유 꽃가지 속으로 묻혀 버렸지.
나는 이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높은 산 위로 올라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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