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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새풀 ( 전유선 )
날짜
04-01-25
등록자     하늘 조회수 16678
     
 

< 신춘문예 당선 작품 >


참새풀
전 유 선

어느 맑은 일요일 아침, 영희는 무척 심심했습니다. 아빠는 해가 뜨기도 전에 낚시하러 가셨고,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입원하신 병원에 병문안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텅 빈 집에 혼자 있어야 합니다.
영희는 열흘 전에 이곳으로 이사왔기 때문에 친구가 없습니다.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전에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펼쳐보기도 했지만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희는 베란다에 나가 의자에 앉아서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아파트 광장에는 성냥갑같은 색색의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손가락만한 아이들이 여기저기 모여 공을 차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면서 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앞산에는 노란 불도저가 구르릉거리며 산을 깎아내고 있었습니다. 징그러운 멸강나방 애벌레가 풀밭을 순식간에 갉아 먹어버리듯 불도저는 푸른 숲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영희가 이사온 이 아파트도 작년에는 논이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 숲에서 새 몇 마리가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새들은 숲 위를 몇차례 맴돌다가 영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집 잃은 새 한 가족이 이사할 곳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영희네 집 근처 어디에도 새들이 집을 지을 만한 푸른 숲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들아, 이리 오렴. 이곳에 너희들이 살 집을 지어줄게.˝
그러나 새들은 영희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아파트 앞을 지나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음 일요일에는 아빠하고 예쁜 새집을 만들어 베란다에 달아야겠어. 그러면 이사할 곳을 찾는 저 새들이 우리집에 들어와 살겠지? 매일 맛있는 모이를 줄 거야. 새들은 아침마다 나를 알아보고 예쁘게 지저귀겠지? 우리는 참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눈부신 오월의 햇살이 베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영희는 사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깜빡 잠이 든 영희는 어디선가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무슨 비행기가 지나갔을까?˝
영희는 창가에 바짝 다가가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지만 맑은 하늘에는 흰 구름만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툭, 툭, 툭......˝
누군가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9층이나 되는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을 두드릴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영희가 소리나는 쪽을 가만히 살펴보니 아, 그것은 귀여운 한 마리 참새였습니다. 영희가 깜빡 잠든 새 이사할 집을 찾던 참새가 영희네 베란다에 날아든 모양입니다.
영희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참새에게 다가갔습니다. 영희가 가까이 오는 것을 알아차린 참새는 날개를 부르릉거리며 허둥대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워하지 마라, 참새야.˝
영희는 참새에게 부드럽게 속삭이며 베란다 유리문을 모두 닫았습니다. 참새는 유리창에 몸을 대고 푸르륵거리며 나갈 곳을 찾다가 주르륵룩 미끄러지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방향을 바꿔 방안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베란다로 돌아오면서 그만 유리창에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영희는 얼른 뛰어가 참새를 두 손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갈색털이 손끝을 간지럽혔습니다. 영희의 손에서 참새는 까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날개를 움찔대면서 빠져 나가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 작고 따뜻한 가슴이 쿵, 쿵, 쿵 심하게 요동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지 마라, 참새야. 널 괴롭히려는게 아니란다. 너에게 예쁜 집과 맛있는 먹이를 주려는 거란다.˝
영희는 작년 여름 곤충채집 때 썼던 플래스틱 통을 꺼내와서 그 안에 참새를 가만히 집어 넣었습니다. 참새는 좁은 통 안에서 마구 날개를 파드득거렸습니다. 참새가 날개칠 때마다 플래스틱 통이 기우뚱거리며 쓰러지려 했습니다.
영희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날개를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참새가 영희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며 그러면 참새는 영희와 한 가족처럼 재미있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영희는 기다리기로 작정했습니다.
한동안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요동하던 참새가 플래스틱 통 바닥에 다리를 모으고 얌전히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영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래, 이제야 네가 내 마음을 알게 되었나 보구나......˝
영희의 마음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영희는 냉장고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빵과 달걀을 얇게 저며 통안에 넣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참새는 먹을 것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르려고만 했습니다.
˝걱정하지마, 참새야. 여기가 네 집이란다. 며칠만 지나면 마음대로 날아 다니게 해 줄게. 그렇지만 지금은 안돼. 왜 그런 줄 알아? 지금은 네가 여기가 네 집인 줄을 모르기 때문이야.˝
영희는 자기의 마음을 몰라 주는 참새가 조금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새로운 집인 줄 알고나면 참새는 친구와 가족들을 이곳에 데려올 것입니다. 그러면 영희네 베란다는 깊은 숲속처럼 늘 새소리로 가득할 것입니다. 영희는 기쁨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영희야, 참새는 사람이 기를 수 없는 새란다. 좁은 새장에서는 살지 못해요. 저렇게 가두어두면 곧 죽고만단다. 저런, 벌써 지쳐서 힘이 하나도 없구나. 엄마가 내일 시장에 가서 큰 새장과 예쁜 앵무새를 사올 테니 저 참새는 놓아주렴.˝
저녁에 집에 돌아오신 엄마가 참새를 보고 놓아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야, 나는 기를 수 있어. 나 혼자서 기를거야.˝
영희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기르겠다고 우겼습니다.
낚시터에서 돌아오신 아빠도 영희에게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영희가 새를 좋아하는 줄 몰랐는걸. 엄마하고 내일 시장에 가서 예쁜 새를 사다가 기르도록 하렴. 그리고 오늘은 날이 너무 어두워졌으니 내일 아침에 놓아주도록 하자.˝
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이 되면 모든 게 달라질거야. 참새가 내 마음을 알게 될 거고 모이도 맛있게 먹을거야. 좁은 데 있느라고 답답하겠지만 참새야, 내일까지만 참아. 넓은 새장을 만들어줄 게.´
영희는 마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영희는 베란다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플래스틱 통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새를 날려보낸 모양입니다.
˝영희야, 참새는 사람이 기를 수 없는 새라고 그랬지? 어제 놓아주어야 했었는데... 아침에 보니 밤 사이에 죽었더구나.˝
부엌에서 엄마가 영희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란다에 놓인 작은 항아리 위에 죽은 참새가 누워 있었습니다. 길게 죽뻗은 다리끝에 철사줄같은 여린 발가락이 갈고리처럼 뭉쳐 있었습니다. 영희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 얼마나 네가 답답하고 아팠을까... 네가 이렇게 죽어버릴 줄 알았다면 너를 우리집에 붙잡아두려 하지 않았을텐데...˝
영희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울어서 죽은 참새가 다시 살아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울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집게를 들고 참새를 가리키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 안돼. 땅에 묻어줄 거야. 저 앞산에 묻어줄 거야.˝
영희는 얼른 참새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혀를 끌끌 차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앞산에 묻어도 금방 불도저가 다 파헤치고 만단다. 이 근처에 참새를 묻을 만한 곳은 아무데도 없어. 공연히 쓸데없는 짓 말고 어서 이리 주렴.˝
영희가 슬픈 얼굴빛으로 망설이자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영희가 무척 아쉬운 모양이구나. 그러면 저기 있는 빈 화분에 묻어주는 게 어떻겠니? 그래, 아빠하고 같이 묻도록 하자.˝
영희는 아빠와 함께 모종삽으로 딱딱하게 굳은 흙을 파헤치고 참새를 화분에 묻었습니다. 죽은 참새가 부디 더 크고 아름다운 새로 다시 태어나기를 빌면서 정성스럽게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날이었습니다. 베란다에서 화분을 들여다보던 영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화분에서 파란 싹이 삐죽 솟아올랐기 때문입니다.
˝엄마, 화분에서 풀이 돋아났어요. 죽은 참새가 풀로 다시 살아난 거예요.˝
영희는 호들갑을 떨면서 물을 떠다가 화분에 흠뻑 뿌려주었습니다.
˝원, 얘는... 어디선가 풀씨가 날아온 거겠지.˝
엄마는 대수롭지 않은 듯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희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베란다로 달려가 화분에 물을 주며 풀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 보았습니다.
˝영희야, 민들레가 아주 탐스럽게 자라는구나.˝
어느 맑은 아침, 베란다에서 아침체조를 하시던 아빠가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풀을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빠, 이 풀 이름은 민들레가 아니야. 참새풀이야, 참새풀.˝
˝참새풀이라고? 그래, 맞아. 참새가 죽은데서 자란 풀이니까 참새풀이 맞지.˝
아빠는 껄껄 웃으시면서 영희의 말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무럭무럭 자란 풀은 어느날 짙고 탐스러운 노란꽃 한 송이를 피웠습니다. 귀여운 노란 꽃송이는 참새의 눈망울같기도 했고 앙증맞은 부리같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짹짹이는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지나자 둥근 꽃송이는 시드는가 싶더니 은빛 털이 보송보송한 아름다운 왕관으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그 왕관은 참새의 가슴깃처럼 아주 부드럽고 탐스러웠습니다.
며칠 후 하얀 깃털은 하나하나 몸에서 떨어져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영희는 베란다 유리문을 모두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참새의 영혼이 하늘 나라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가. 참새야. 이제는 나를 용서할 수 있겠지? 안녕...˝
영희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민들레 꽃씨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참새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올라가 더 크고 아름다운 새로 다시 태어나기를 빌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기쁜데도 웬일인지 자꾸만 눈물이 나왔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해님이 영희를 내려다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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